'펀딩 파티'는 끝났다… 이젠 'D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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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 2022.05.22 16:44 PDT
'펀딩 파티'는 끝났다… 이젠 'D의 공포'
(출처 : Shutterstock)

[뷰스레터플러스]
스타트업의 봄날은 간다
고수익+급성장 ‘켄타우로스’가 뜬다
위기돌파! 3대 조언은?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보다 생존이 먼저다.”

최근 스타트업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말인데요. 미국 벤처캐피털(VC) 알토스벤처스의 김한준 대표가 최근 페이스북에 남긴 말입니다. 김 대표는 소프트뱅크와 타이거 글로벌 등 글로벌 기술주 투자에 집중해 온 벤처캐피털(VC)의 투자 손실을 언급하면서 여파가 스타트업과 벤처업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정신 바짝 차릴 때”라는 경고와 우려의 메시지를 동시에 전했습니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 전쟁, 그리고 40년래 최고치를 기록한 인플레이션 등이 맞물려 글로벌 경제가 심상치 않습니다.S&P500 지수는 약세장에 진입했고, 다우존스는 90년 만의 최장기 하락 주간을 이어가면서 주가는 2년전으로 돌아갔습니다. 메타, 우버, 트위터를 비롯한 테크 기업들은 이미 채용 규모를 줄이는 등 비용절감을 시사하며구조조정에 착수했습니다.

스타트업도 예외일 수는 없는데요. 그간 연준의 유동성 파티로 전례 없이 투자금이 넘쳐났던 벤처, 스타트업계는 유동성이 줄고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거래가 둔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크런치 베이스가 발표한 4월 글로벌 벤처 펀딩 금액은 470억달러(60조 3950억원)를 기록하면서 1년 전보다 12% 줄어들었습니다. 이제는 기업가치를 평가절하하는 ‘디밸류에이션(devaluation)’, 이른바 ‘D의 공포’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VC가 기업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고, 투자금을 줄이고, 아예 투자를 철회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의 비전 펀드 역시 지난 1분기 3조 500억 엔(270억 달러)의 투자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죠.

손 회장은 실적 발표 자리에서 “혼돈의 시대다. 수비에 집중할 때”라며 향후 보수적인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했습니다. 기업가치 하락,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스타트업 물결 속에서 VC 업계 역시 ‘그레이트 리셋(Great Reset)’을 외치고 있습니다.

오늘 뷰스레터에서는 벤처캐피털 업계의 최근 투자 동향과 스타트업계의 대응, 그리고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새롭게 등장한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스타트업의 봄날은 간다

2022년 2분기 벤처 투자 현황 (출처 : CB인사이트)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뜨거웠던 스타트업 투자가 차갑게 식고 있습니다. 위험자산 회피 현상이 뚜렷해진 탓인데요. 주식시장이 베어마켓으로 진입한 상황에서 더 이상 IPO 흥행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올 1분기 스타트업 투자는 1440억달러 규모로, 전분기 대비 19% 감소했습니다. 2012년 3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건데요. 스팩(SPAC) 상장은 전년 동기 대비 40%나 급감했습니다.

2분기도 부진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스테이트 오브 벤처 리포트에 따르면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는 2분기 577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1분기 1424억달러와 비교해 3분의 1 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 밸류에이션도 크게 하락했는데요. 기업의 밸류에이션 변화를 조사하는 유니콘 기업 카르타(Carta)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시드 라운드의 평균 가치는 작년 4분기와 비교해 5% 떨어졌고, 시리즈 A 평균 가치는 작년 3분기 대비 25%나 감소했습니다. 시리즈 B, C, D 라운드의 평균 가치도 모두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VC 업계의 평가 지표가 볼륨보다 수익과 관련한 지표로 바뀌고 있습니다.

👉 묻지마 투자 없다

수익+성장, 켄타우로스가 뜬다

(출처 : Shutterstock)

스타트업은 ‘유니콘’을 꿈꾸는데요. 유니콘은 기업가치 10억달러를 넘는 설립 한 지 10년 이하의 스타트업을 의미합니다. 피치북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의 유니콘 기업은 607개로 추산됩니다. ‘환상 속의 동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죠. 그래서 시장을 압도하는 파괴적인 혁신을 이어가는 기업을 ‘드래곤’이라고 부르는 사례도 생겼습니다.

그런데 최근 스타트업의 밸류에이션이 무너지면서 새 개념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켄타우로스(Kentauos)’인데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반인반마’입니다. 소프트웨어 기업 전문 투자사인 베세머 벤처파트너스가 정의한 켄타우로스 기업은 성장 중심의 유니콘과 달리 안정적인 수익을 바탕으로 성장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말은 성장을, 그리고 사람은 현실적인 수익을 상징하는데요. 반복적으로 수익을 내면서 성장하는 기업을 뜻하는 개념입니다.

켄타우로스 기업은 연준의 금리인상, 40년래 최고 수준의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거시경제의 내러티브가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 매출 없는 환상의 유니콘은 가라

위기 돌파! 3대 조언

(출처 : Y콤비네이터 )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경기 침체가 눈앞에 닥치고 투자도 얼어 붙은 상황에서 스타트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실리콘밸리에서 영향력이 큰 Y콤비네이터와 A16Z 그리고 알토스 밴처스 등 밴처캐피털과 경영 전문가들은 각자 가진 채널(이메일,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활발히 대응 법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된 인식은 앞으로 이 침체가 언제까지 갈지 모르니 "최악의 상황을 항상 염두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비용을 통제하고 기업 밸류에이션(기업가치)를 현실화해서 제시해야 하며 시나리오 경영을 통해 대응력과 순발력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이들의 3대 조언을 더밀크에서 들어봤습니다.

👉 스타트업 3대 조언 중 1번은?

지금 보유한 달러가 마지막 달러인 것처럼 취급해야 한다.

더그 루드로라는 스타트업 CEO는 트위터에서 동료 창업가들을 향해 “올해 VC 투자가 크게 감소할 수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수비에 집중할 때’라는 말과 궤를 같이하는 말인데요.

말뿐이 아닙니다. WSJ이 해고 관련 정보를 추적하는 웹사이트 ‘Layoffs.fyi’의 설문조사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 이후 미국의 스타트업 기업에서 8200여 명이 정리해고됐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런 현상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해석합니다. 다년간 비정상적인 유동성 파티를 이제 수습할 때라는 겁니다.

신생 기업이 더 합리적인 밸류에이션을 받는 것이 해당 기업에도 더 좋을 수 있다고 업계는 지적합니다. 마이크 볼피 인덱스 벤처스 대표는 “사이클의 끝에 나타나는 올바른 조정”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또 전 시스코 시스템즈 CEO를 지낸 벤처캐피털리스트 존 챔버스 역시 “한계에 다다른 스타트업은 더 이상 펀드를 유치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 역시 건강한 현상”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다시 ‘썰물이 빠졌을 때 누가 벌거벗고 헤엄치는지 알 수 있다’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명언이 떠오릅니다. 거품이 사라지면 누가 진짜 실력자인지 모습을 드러낼 텐데요. 벤처·스타트업도 이제 내실을 키우는데 주력해야 합니다. 투자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실력 있는 기업을 선별할 수 있는 눈과 안목을 키우면서 내실을 다져나가야 할 때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애틀랜타에서
더밀크 권순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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