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법 폐지 거센 후폭풍.. 미국식 민주주의 변곡점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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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권 2022.06.29 09:24 PDT
낙태법 폐지 거센 후폭풍.. 미국식 민주주의 변곡점 되다
로 대 웨이드 판결 이후 세계 전역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출처 : Pablo Blazquez)

미 대법원 ‘낙태법’ 폐지 판결 지난 반세기 세계 지배한 미국식 민주주의 변곡점 평가
'슈퍼 집단' 평가 미국의 대통령제, 의회 이어 대법원 리더십 흔들
개인의 기본권, 선택의 자유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
기업들은 적극적 반대 의사. 기업의 사회적 책임 목소리 높아져
제4의 거버넌스인 기업이 민주주의 보루 떠올라

“미국 여성들에게 정말 어두운 날이다” -빌리 아이리시

“연방 대법원이 여성의 신체 권리를 박탈했다. 두렵다” -테일러 스위프트

충격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미 연방 대법원이 지난 6월 24일(현지시간) 판결한 일명 낙태법(로 대 웨이드 판결) 폐지는 미국을 넘어 전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미 대법원이 낙태 허용 판결을 폐기하자마자 켄터키, 루이지애나, 사우스다코타주는 즉시 낙태가 금지됐고, 아이다호, 테네시, 텍사스주는 판결 30일 이내에 낙태를 금지하게 돼 있다.낙태권 옹호 단체인 구트마허연구소는 향후 약 26개주가 낙태를 금지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미국의 시민단체인 〈미국의 계획된 부모 되기 연맹 Planned Parenthood Federation of America〉은 대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미국의 18세부터 49세까지 가임기 여성의 절반 가까이가 낙태권을 잃게 됐다고 추산했다. 거의 3600만 명 이상의 여성이 원치 않는 임신을 했을 경우에도 스스로 임신 중단 여부를 결정할 신체적 기본권을 잃게 된 셈이다.

하지만 미 대법원의 판결은 큰 반발을 불러왔다. 빌리 아이리시, 테일러 스위프트 등 미국에서 영향력이 큰 톱가수 들은 잇따라 성명을 발표했으며 워싱턴DC의 대법원 앞에선 여전히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인의 절반 이상(52%)은 이번 판결이 “미국을 후퇴시키는 판결”이라고 응답했으며(미 CBS-유고브 조사) 59%는 이번 판결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번 판결에 대해 미국의 언론과 학자, 영향력 있는 주요 인사들이 너도나도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낙태'에 대한 개인의 가치 판단과 이해관계 때문은 아니다. 최소 지난 반세기 동안 이어온, 세계를 지배하며 리더십을 만든 미국식 민주주의가 중요한 변곡점을 맞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행정부(정부), 입법부(의회)에 이어 사법부(대법원) 마저 정치적, 도덕적 권위를 잃고 있다. 반면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적극적으로 정치적 목소리를 내면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주 민주주의(Shareholder Democracy)'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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